어제 미국 상원이 통과시킨 '21세기 ROAD to Housing Act'라는 주택 법안을 설명하려고합니다..!
이 정책은 쉽게 말해 집을 더 많이 짓고 주거비를 낮추자는 게 목표인 대형 주택 법안입니다. 간단하게 3개로 나누자면
- 건설 규제 완화 — 환경 검토 절차를 간소화하고, 조립식 주택 규정도 현대화 한마디로 "집을 더 쉽고 빠르게 짓게"
- 연방 주택 프로그램 정비 — 저소득층 임대 지원, 주택 바우처 점검 간소화, 농촌 주택 개혁
- 빈 사무실을 집으로 — 비어 있는 사무실·상업 공간을 주거용으로 바꾸는 시범 사업도 포함
이 모든 걸 새로운 정부 지출 없이 한다는 게 추진 측 설명입니다.
이 법안이 나오게된 이유는, 바이어 마켓이라고하고 5년간 인벤토리가 높은 편에 축하는데도 믿겨지지 않지만 미국이 지금 집이 약 500만 채나 부족하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집값도 비싸고 첫 집 마련하기가 정말 어려운데, 이걸 고치겠다는 겁니다. 놀라운 건 상원에서 89대 10, 하원에서 396대 13으로 통과됐습니다. 요즘처럼 정치가 갈라진 시대에 이 정도면 양당이 주택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사모펀드의 단독주택 매입 제한입니다. 그동안 대형 사모펀드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단독주택을 싹쓸이하듯 사들이는 게 문제였거든요. 돈 많은 펀드가 집을 잔뜩 사버리면 정작 살 집이 필요한 가족들은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니까요. 그래서 이번 법안에 월스트리트가 서민 주택 구매자와 경쟁하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로 매입 제한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다만 임대용으로 짓는 주택, 임대했다가 살 수 있게 해주는 방식, 리모델링해서 임대하는 경우 같은 건 예외로 인정해줍니다. 대신 7년 안에는 그 집을 팔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고, 이 7년 매각 조항이 지금 정부의 지지를 얻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건설 규제 완화로 환경 검토 절차를 간소화하고 조립식 주택 규정을 현대화했습니다. 연방 주택 프로그램 정비로 저소득층 임대 지원과 주택 바우처 점검 간소화, 농촌 주택 개혁 방안등도 있네요. 그리고 비어 있는 사무실과 상업 공간을 주거용으로 바꾸는 시범 사업도 포함됐는데, 요즘 공실 많은 걸 생각하면 꽤 현실적인 아이디어입니다.
그래서 좋은 거냐 아니냐, 솔직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좋은 점부터 보면 공급이 늘면 결국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사모펀드 경쟁이 줄어드니 실수요자한테는 분명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요. 양당이 합의한 법이라 정권이 바뀌어도 잘 안 뒤집힐 거라는 점도 안정적입니다. 다만 규제를 완화한다고 집이 갑자기 한번에 생기는 게 아니며 실제 공급까지는 몇 년이 걸리니까 당장 내년에 집값이 확 떨어진다거나 하는 기대는 접어두시는 게 맞습니다. 7년 내 매각 조항도 임대 단지 용도 변경 문제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선 골치 아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단독주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매입 제한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아직 논란거리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보고 싶은 게 지역별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시애틀 근교, 특히 이스트사이드(벨뷰, 커클랜드, 레드먼드)나 인접 교외 상당수는 이미 개발이 거의 끝난 성숙한 지역입니다. 빈 땅에 대규모로 단독주택 단지를 새로 올릴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법안의 공급 효과는 지역마다 굉장히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사모펀드 매입 제한은 새 집을 짓는 것과는 별개 문제라, 이미 지어진 단독주택을 기관투자자가 사들이는 걸 막는 거니까 개발할 땅이 없는 성숙한 동네에서도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시애틀 같은 곳은 기존 주택을 두고 펀드와 실수요자가 경쟁하는 구도라서 이 조항이 더 의미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또 이런 권역의 공급은 빈 땅보다는 밀도를 높이는 방식, 즉 재개발과 용도 전환에서 나오는 게 현실이라 사무실과 상업공간 주거 전환 시범사업이나 조립식 주택 규정 현대화 같은 항목이 더 들어맞습니다. 워싱턴주는 이미 주 차원에서 ADU(별채) 허용 확대나 단독주택 부지의 다세대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어서 연방 법안과 방향이 비슷하고요. 결국 같은 법이라도 지역 특성에 따라 어느 조항이 실제로 작동하는지가 갈린다는 점을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정리하자면 방향성 자체는 분명히 긍정적입니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공급을 늘리려는 시도니까요. 다만 효과는 단기보다 중장기로 봐야 한다는 점, 세부 조항에서 변수가 남아 있다는 점은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이 법안은 아직 완전히 최종 확정된 단계는 아닙니다. 상원과 하원이 각각 수정안을 통과시킨 뒤 마지막 합의 표결을 앞둔 상황이라 대통령 서명까지 가면서 세부 내용이 조금 바뀔 수도 있습니다. 너무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런 큰 흐름이 진행 중이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